얼마 전에 막을 내린 '닥터 차정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청자들은 어쩌면 용기가 없는 자신을 대신해서 차정숙이라는 아줌마가 대리만족을 시켜 주었다고 생각한 때문인지 그 드라마는 특히 중년기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평범한 중년여성의 성장드라마로서 성공적인 결과를 확인시켜 주고 막을 내렸습니다.
중년주부의 반란
사실 생애 발달단계에서 중년기에 접어들면 젊을 때와는 다른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변화로 인해 그동안의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생활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지금보다는 좀 더 향상된 삶을 살고 싶다는 내적 욕구인 양가적 감정이 마음을 지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JTBC 닥터 차정숙이라는 드라마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를 찾아보면 중년기, 특히 중년여성들에게는 꿈도 열정도 사그라들 것이라는 보통의 생각들을 보기 좋게 뒤집은 아줌마의 고군분투 인생역전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정숙이라는 중년여성 아줌마의 과감한 도전이 지지를 받는 것입니다. 물론 3대가 의사 가문인 시댁에서 부와 명예를 모두 갖고 부족할 것이 없었던 부잣집 아주머니의 새롭게 찾은 놀이터가 병원이었다는 약간은 질투 가득한 의견도 있지만 그 배경과 의도를 떠나 어떤 신분의 도전이든 의미가 있는 것이니 굳이 태클을 걸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차정숙은 출산을 위해 20년 전 인턴을 끝으로 전업주부로 돌아갔던 자신을 돌아보며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전문의가 되기 위한 레지던트 수련을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여러 가지 핸디캡으로 인한 동료들과의 불협화음이 생기고 그에 따른 자존감 저하로 간혹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장애를 금방 극복하고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스스로를 잘 이겨 나갑니다.
'세 번째 인생' 반갑게 맞이하기
다수의 심리학자들이 중년기에 대해 말하길,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의 시점이고 그 시기에 드디어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되었으며 참된 자기를 찾기 위해 한동안 외부에 관심을 두던 에너지를 내부로 향하면서 자신의 삶을 재평가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때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자들은 중년기의 발달특성을 위기와 침체라는 말보다는 생산성과 자기실현이 더 맞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는데 학자들의 견해를 들어봐도 중년기라는 시기는 오랜 시간 살아왔던 관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성공적인 노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마음과 태도를 리모델링하는 생애전환기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수많은 중년기의 사람들이 예전보다는 길어진 중년기를 ‘세 번째 인생’으로 인식하고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배움을 통해 삶의 변화를 갖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하나씩 실행계획을 만들어 갑니다. 만약 이 시기의 적응에 실패할 경우 일명 ‘중년의 위기’를 겪게 되는데 차정숙이라는 중년여성은 자기를 위한 위기 탈출의 방편으로써 ‘레지던트’라는 전문직을 수단으로 삼게 됩니다.
그러나 인생역전을 꿈꾸는 차정숙 여사의 몸부림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많습니다. 병원 직원들의 은근한 따돌림과 오랜 공백으로 인한 부족한 실력, 엄마의 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가족들의 은근한 반대와 깜짝 놀랄만한 남편의 오래된 외도입니다.
차정숙의 20년 결혼생활은 가족만을 위한 삶이었기에 그 중에서도 남편이 숨겨온 오래된 외도는 그녀에게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러나 놀라움은 잠시, 우리의 차정숙은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너희들의 사랑 따윈 관심 없어. 난 레지던트를 반드시 마치고 말 거야!”
이제부터는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강한 외침입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사회에서는 퇴직을 종용하는 나이지만, 반대로 이제부터 새로운 자신을 찾아보겠다며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닥터 차정숙처럼 전문직업을 갖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사람도 있고 사회운동가로 변신하거나 수 십 년이 지난 나이에 학위를 받는 사람도 가끔 눈에 띕니다.
중년기의 나이에 새롭게 직장을 갖건 교양을 쌓건 학문의 길로 들어서건 우리로선 무조건 응원할 일입니다.
그런데 젊은 시절의 도전은 주변사람들에게 강력한 지지와 응원을 받지만 아쉽게도 나이가 들어서 하는 도전에는 적극 말리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실패가 두려운 것도 있지만 그동안 주변에서 중년기 이후 극적인 생애전환을 이룬 롤모델을 찾기가 어려운 탓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중년기 이후에 계획한 새로운 도전을 남에게 알리지 않고 감춰가면서 남몰래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왕이면 자신의 도전을 주변에 알려 응원을 받고 성공의 결과를 함께 공유한다면 그때까지도 망설이던 다른 중년기의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게 될 것입니다.
한국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돈과 땅, 좋은 집과 차를 구입하기 위해 산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처럼 노후생활의 풍족함을 목표로 하여 삶의 전환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치, 학업, 환경, 인권, 사회 참여 등의 거대담론을 통해 퇴직 이후 좀 더 공익적인 삶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삶을 살건 그것들 역시 자신의 선택이니 모두 존중받아야 하겠지요.
젊은 늙은이인 욜드(yong old)족은 이제 자기 자신을 향한 도전을 해야 합니다. 전업주부 차정숙의 늦바람 ‘도전기’가 노년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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